[BRAND JOURNEY] 01. 고프빌리의 탄생
캠핑을 하던 중 문득 산을 오르는 과정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자에게는 사서 하는 고생 같아 보일지라도, 그 이상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감정이라서요.
결코 녹록지만은 않았던, 고프빌리에서 느낀 성취와 만족을 [브랜드 여정]이라는 이름 하에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왜 아웃도어 브랜드였을까

흔히 '덕업일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는 것인데요. 저에게는 그런 환경이 아쉬움 보다 훨씬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취미가 일이 되는 것에 욕구가 강한 사람이거든요.
고프빌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8년 동안 여성 가방 브랜드를 운영했습니다. 그때도 첫 시작은 비슷했는데요.
가죽 공예를 하다가 그 일이 좋아서 업으로 이어진 거예요.
몇 번의 경험을 하고 나니 관심사에서 출발한 일은 그 깊이가 그렇지 않은 일보다 깊을 수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오랜 취미였던 캠핑이 일의 영역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여행 아이템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 아웃도어 세계에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물어봐 주시는 고프빌리는 두 가지 단어를 혼합해서 만든 이름이에요.
먼저 고프(gorp)는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갖고 다니는 견과류 믹스에서 따온 말로 그래놀라(granola),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가장 앞 알파벳을 합친 약어이고, 아웃도어 의상을 상징해요. 빌리(ville)는 타운, 시티 등의 의미로 오프라인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아웃도어를 상징하는 '고프'와 오프라인을 의미하는 '빌리'를 합쳐서 '고프빌리'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또 다시 처음부터 시작

여성 가방 시장에서 아웃도어 시장으로 왔으니 타깃부터 제품까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셈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가방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패턴 작업에 관한 부분인데요. 패턴 작업은 기획한 디자인을 실체화하는 과정을 말해요. 쉽게 말해 집을 지을 때 설계 도면과 같은 역할이죠. 저는 전부터 가방으로 패턴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제 머릿속에 있는 디자인을 패턴으로 구현해 내기 어렵지 않았어요.

반면에 적응이 필요했던 부분은 원단 두께였습니다. 여성 가방에서는 견고하고 튼튼한 가죽이 환영받지만,
아웃도어에서는 일단 가벼워야 해요. 필연적으로 얇을 수밖에 없죠.
경량 원단이 일반 가죽보다 훨씬 두께가 얇아서 미싱하는 과정에 잦은 실수가 있었어요. 수십 번 테스트를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작업이 익숙해지도록 반복하면서 많은 연습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번을 해도 가장 떨리는 순간

브랜드의 첫 제품이 출시할 때가 아무래도 가장 떨리는 순간일 겁니다.
고프빌리에서 처음 나온 제품은 경량 백팩이었는데요.
가볍고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나일론 립스탑 원단을 사용했고, 스트링백에서 스트링을 꽉 조였을 때의 모양을 연상해서 디자인했어요. 여행과 일상, 다양한 상황에서 가볍게 멜 수 있는 가방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제품으로 첫 출시를 하기까지, 같은 원단을 다루는 브랜드의 제품과 리뷰를 많이 살폈던 것 같아요. 저만 쓸 제품이 아니었으니 당연하고, 또 중요한 과정이었죠. 고객이 필요를 느끼는 지점에 제가 원하는 모양의 디자인을 더해 제품을 제작하는 방향을 지금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 검수, 배송, CS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저 역시 다른 브랜드의 소비자일 때를 생각하면 결제 이후의 과정에서 브랜드가
고객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제작이나 배송 과정에 실수가 없도록 제품 테스트를 직접 해보고, 일정을 최대한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브랜드 운영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는 요즘 캠핑을 갈 때 전과 다르게 제품 위주의 사진을 많이 찍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이 브랜드로 더 많은 변화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특히 지금은 브랜드 작업실이 강원도 춘천에 있어서 고객분들이 제품을 직접 보는 데 한계가 있어요.
추후에는 더 다양한 편집샵에 입점해 많은 분들이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모든 제품이 수제작이라 제작부터 배송 기간이 긴 편인데, 이 과정을 묵묵히 기다려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생산 라인을 지금 보다 확대해 보다 빠르게 제품을 받아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니, 고프빌리의 변화를 앞으로도 함께해 주셨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