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JOURNEY] 02. 좋은 원단에 대한 고집
캠핑을 하던 중 문득 산을 오르는 과정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자에게는 사서 하는 고생 같아 보일지라도, 그 이상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감정이라서요.
결코 녹록지만은 않았던, 고프빌리에서 느낀 성취와 만족을 [브랜드 여정]이라는 이름 하에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고프빌리에서 다루는 원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웃도어 제품에 원단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그만큼 고심했던 원단을 선택하고 수급한 과정들을 기록했습니다.
아웃도어 애호가에게 필요한 제품

이제는 캠핑이 본업의 분야가 되었지만, 과거에도 지금도 저의 소중한 취미인 건 분명합니다. 덕분에 저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시는 분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어요.
비슷해 보이는 아웃도어 제품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의 경량, 강도, 방수입니다. 가볍고 안전하게 먼 여정을 떠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에요. 고된 길을 오르는 과정에 한 가지라도 아쉬움이 느껴진다면 이내 불편하고 힘든 여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량, 강도, 방수와 직결되는 건 바로 제품의 원단인데요. 원단에 따라 제품의 무게, 찢김 정도, 수분과 열에 대응하는 능력이 차이가 나고, 멀리 가면 멀리 갈수록 그 차이는 확연해집니다.
처음에 고프빌리에서는 아웃도어 시장에 많이 쓰이는 방수 처리된 나일론 립스탑(20D) 원단을 사용했어요. 원단의 경량과 강도가 우수한 편이었죠.
그럼에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저 역시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경량, 강도, 방수가 모두 뛰어나게 탁월한 원단은 어떤 원단일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종의 테스트로 다양한 원단의 제품을 실제 외부 환경에서 사용해 봤고, 끝내 가장 적합한 원단으로 다이니마 원단을 선택했습니다.
고프빌리가 다이니마를 고집하는 이유

다이니마는 현존하는 원단 중 경량, 강도, 방수 세 요소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하는 원단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초경량 무게가 큰 장점입니다.
얇은 거즈처럼 살이 훤히 비치는 세밀한 실들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요. 무게가 정말 가볍기 때문에 장거리 백팩커와 하이커에게 추천하는 원단이기도 합니다.
요즘엔 캠핑과 하이킹이 전보다 더 활발해지면서 이 다이니마 원단으로 만든 제품들이 눈에 띄는데요. 제가 브랜드를 시작할 당시에는 원단이 좋은 만큼 수급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원단을 구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글도 올려보고, 검색도 해보면서 발품 팔듯 열심히 찾았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자체 제작으로 소량 판매하는 분들은 접할 수 있었지만 단가가 높은 단점이 있었죠.
수소문 끝에 대부분 수입을 통해 구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게 미국 직수입을 통해 원단을 들여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해외 수입 특성상 배송이 일정하지 않은 단점이 있는데요. 다행히 고프빌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그레이 컬러는 국내에서 제작하는 업체를 찾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해외와 국내에서 유연하게 원단을 수급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아닌 작은 브랜드로서 원단을 수급하는 일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았지만, 아웃도어 경험에 원단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러분들께 꼭 다이니마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더 멀리, 더 가볍게 떠나기 위한 선택

취미든 일이든 어떤 활동을 꾸준히 오래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목적지에 닿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분들이 더 즐겁게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다이니마 원단을 고프빌리에서 다루려고 해요. 저 역시 캠핑이라는 소중한 취미를 놓지 않으면서요.

좋은 원단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가격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그저 좋은 원단을 가장 적합한 제품과 공감할 수 있는 가격대로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프빌리 제품들은 100% 수제 제작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깔끔한 봉제선 때문에 수제작을 고집하는 이유도 있지만, 1인 제작이라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물론 사람마다 합리적인 가격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저는 이 일을 하는 이상 계속해서 고객 입장에 서서 좋은 퀄리티와 합리적인 가격의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고프빌리에서 혹은 타브랜드에서 이미 다이니마 제품을 경험해 본 분들이 계실 텐데요. 어느새 저의 첫 다이니마 제품들은 원단이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어요. 가죽을 오래 사용하면 에이징 되듯 다이니마도 사용감이나 사용 기간에 따라 원단이 유연해지는 그런 재미가 있는 원단이거든요.
새로운 여정을 준비할 때마다 늘 든든하게 생각하는 이 원단을 앞으로도 고프빌리에서 더 다양한 제품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긴 글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