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JOURNEY] 03. 가죽 브랜드에서 원단 브랜드로 맞이한 변화

캠핑을 하던 중 문득 산을 오르는 과정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자에게는 사서 하는 고생 같아 보일지라도, 그 이상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감정이라서요.


결코 녹록지만은 않았던, 고프빌리에서 느낀 성취와 만족을 [브랜드 여정]이라는 이름 하에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가죽에서 아웃도어 원단으로 소재를 옮기면서 맞이한 변화에 대해 기록했습니다. 이야기를 위해 과거를 회상해 보니 비슷한 점도, 달라진 점도 꽤 많더라고요. 저의 지난 여정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1편에서 잠깐 언급했듯 저는 고프빌리를 하기 전에 여성 가방 브랜드를 운영했습니다. 주로 가죽을 활용한 가방이었어요.


과거에는 늘 비슷한 패턴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며 살았는데, 어느날 이렇게 몇십 년을 보내야 하나 싶더라고요.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결심을 한 거죠.


당시에 해보고 싶었던 건 은공예, 목공, 가죽공예 정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집 근처 가죽 공방을 발견하면서 가죽을 다루기 시작했어요. 그 계기로 가죽 가방까지 만들게 되었죠. 

인증된 가죽에만 부여하는 베라펠레 인증 마크 © 베라펠레 공식 사이트
인증된 가죽에만 부여하는 베라펠레 인증 마크 © 베라펠레 공식 사이트


가죽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아웃도어 제품에 원단이 중요한 만큼 가죽 가방에도 어떤 가죽을 사용하느냐가 무척 중요해요.


저는 주로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했는데요. 베라펠레(vera Pella)라 불리는 이태리 협회에서 인증한 친환경 가죽이었어요. 생산 과정이 환경 친화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하며 동물복지를 잘 지켜야 인증받을 수 있는 가죽이에요. 그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워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었죠.

 

또 사용자 측면에서 베지터블 가죽은 과정과 기간에 따라 에이징이 되는 특징이 있는데요. 사용자의 생활패턴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베지터블 가죽으로 지난 8년 동안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를 운영해 왔습니다.



스스로 고객이 되기 위한 변화

처음에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저만의 브랜드를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내 브랜드에 스스로 고객이 될 수 있기를 바랐던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웃도어 분야로 브랜드를 옮기면서, 가죽 브랜드에서 원단 브랜드로 다양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가장 먼저 좋았던 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가죽 보관에 대한 까다로움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베지터블 가죽은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가죽이기 때문에 외부 표면이 정말 예민해요. 습도에 따라 가죽이 변형되기도 하고, 조금만 잘못 작업해도 금방 흠집이 나버리죠. 


반면 아웃도어 원단은 예민함과 정반대에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열악한 외부 상황에 견딜 수 있는 강도와 내구성을 갖춰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가죽을 보관할 때 보다 편리한 점이 많았죠.

제작 방식에 있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했어요. 저는 가죽을 다뤘을 때 바늘땀 모양까지 신경 써가며 작업했거든요. 아웃도어 원단에도 동일한 기준을 둘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원단의 두께 차이 때문에 사용하는 미싱기나 실의 두께를 변경해야 했고, 커팅 하는 칼도 가죽칼 대신 조금 더 세밀하게 작업할 수 있는 크롬커터칼로 바꿔야 했어요.


작업 도구가 모두 바뀐 상황에서 만족할 만한 봉제 퀄리티를 완성하기 위해 반복적인 연습이 필수였어요. 결국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지금의 제작 기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노하우와 스토리가 축적 되는 과정

가죽으로 작업했을 땐 레고처럼 팟츠를 조립하는 과정에 재미가 있었지만, 원단을 다루는 지금은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설렘이 커요. 완성된 제품을 실제 캠핑에서 사용해 보고, 고객으로서 느낀 아쉬움을 스스로 피드백하는 과정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죠. 


제가 사용할 제품을 직접 만든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가죽을 다뤘던 시간이 지금의 저에게 너무나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고프빌리도 아마 지금보다는 더디게 성장했을 거예요.


또 돌이켜 보면 가죽 브랜드를 거쳐 원단 브랜드로 오기까지, 오로지 저를 위한 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길에 항상 함께해 주셨던 분들이 있었어요.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걱정보다는 기대감을 안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저만의 노하우와 스토리를 축적해 가려고 해요. 


늘 그렇듯 제 여정에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